생이란 사랑 외에 다른 소명을 지녔을까. 그건 생물이건 무생물이건 마찬가지여서 마음을 열어서 서로를 확인하는 순간부터 크나큰 우주적 흐름 그 근원적 에너지를 공유하게 되는 게 아닐까. … 그 무렵 엄마는 달빛 아래 찔레꽃처럼빛처럼 참으로 아슬아슬했다. 종잇장처럼 얇고 가벼운 시간들을 온몸에 펴 바른 듯 창백하고 우울한 그림자였다. 마음안의 즐거움이나 기꺼움들이 사람을 얼마나 빛나게 하는지. 스스로를 계획핳고 충고하며 끊임없이 어디로든 데려가는 일은 아무도 대신 해 줄 수가 없다. 부모자식간이라 해도 그보다 더 가까운 사이라 해도 영혼이 지닌 힘이기도 하고 함정이기도 하다. …
어떤 경우에도 자기를 완전히 감춘다는 건 불가능해. 누군가는 반드시 찾아내고 말거야. 잡기도 하고 잡히기도 하는 세상은 술래잡기 같아. 이것들을 우리가 찾아낸 것처럼 또 누군가는 우릴 찾고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