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불안하고 외롭다.
그래도 웬일로 최근 8시에서 9시 사이에 일어나고 있다. 일어나서 스마트폰을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게 불안의 반증 아닐까? 바로 지난주까지만 해도 의식이 돌아온들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지금도 방 한쪽 구석에 정리하지 않은 옷들이 가득 쌓여 있다. 이걸 정리하면 행복해질까? 글을 써서 인정을 받으면 행복해질까? 가진 게 많으면 행복해질까?
어제는 도안동에 있는 카페에 가서 '문제는 무기력이다'를 읽었다. 그동안 믿어왔던 가치의 아노미 상태에 빠진 것이라 한다.
사람은 남도 되지 못하면서 자기 자신이 되기도 또한 너무 어려운 것 같다
 
 
 
2월 23일
 
 
 
 

 

 

 
 
 
 
 
 
 
쇼핑도 하고 싶고, 글도 더 쓰고 싶다. 학교 휴학 및 자퇴에 관련한 문제가 내게 너무 버겁다. 후회할까봐, 충동적이고 미성숙한 대처를 복수에 눈 먼 채 하고 있는 걸까봐 두려운 것이다. 마음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미련 혹은 불안때문에 학교에 남는다는 게 옳은 선택의 기준일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감정의 영역에 머물던 무의식이 글로 표현되는 순간 이성의 영역으로 이동한다는 말을 보았었지. 알아도 자주 써지지는 않는다. 그냥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약때문이 맞는 건지, 요 며칠간 왠종일 졸려서 혼났다. 그냥 피곤한 정도가 아니라 생이 가장 활기를 뿜어야 할 2~4시에 아무 즐거움도 밝음도 감각되지 않는 것이다. 지나갈 시간임을 알면서도 절망스러웠다. 아니 지나갈 시간이 맞나? 몸이 약에 적응하기까지 걸린다는 약 3개월. 정말이지 카톡에 디데이로 표시해 두고 싶은 지경이었다. 어쨌든 일상생활을 해나가야 하기에 눈물이 날 것 같은 한 발을 내딛을 깨마다 엄마, 언니... 를 중얼거렸다. 난 언니도 없고 엄마는 위로해줄 수 있는 존재가 아닌데도.
아까 소현 언니가 '보고 싶어. 네가 목도리를 두고 가서 오히려 다행이야.' 라고 한 말에 마법처럼 위안을 받았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좋은 일이 많았네. 좋았던 순간을 자꾸 곱씹는 습관이 정신 건강에 좋다지.
포기하지 말자. 나아질 것을 믿자. 생의 갖은 감각을 받아들이자. 욕심을 내자. 나를 평가하지 말자. 질리도록 수용해 주자. 글을 쓰자. 과일과 채고, 비타민을 먹자. 아침마다 눈을 뜨자. 책임지자.
 
 
3월 14일
 
 
 
 
 
 
 
 
 
 
벌써 3월도 절반을 훌쩍 넘겼구나.
막막한 2022년을 맞이한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어쩜 이렇게 빠를까.
살기 위해 쓴다. 이렇게 일기를 자주 쓰면 좋으련만, 그게 어려우니 소설을 제대로 써야한다는 압박감만 는다.
짧은 글 한 편이 완성되면 행복하고, 반응 하나하나에 연연하고, 남과 나를 비교한다.
나라면 이렇겐 안 쓰지~ 이건 사랑이 아니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 스스로를 쥐어박고 싶다. 바로 용서를 구한다. 하나님 제가 제발 이런 생각을 안 하게 해주세요.
인기가 많고 내가 쓸 수 없는 문장을 쓰는 사람을 축복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다. 저사람을 축복할 수 있어야 그 재능이 나에게도 찾아와줄 텐데.
실상 재능은 꾸준함이라지... 기분이 엄청나게 오락가락한다.
지금은 은하수 투썸. 집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만 해도 기분이 수시로 바뀌었다.
오늘 아침엔 상담도 가지 못했고, 임시로 하기로 했던 출근도 하지 못했다. 그냥 계속 잠이 쏟아졌고... 골반이 아파서 그러면서도 잠자기도 괴로웠고, 인서가 밥을 해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겨우 그거 한 끼를 먹었다. 먹고 나서 다시 잠이 와서 잠이 오는 게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눈을 떠도 움직일 수가 없고 눈을 뜨기가 괴롭다) 엄마 자리에서 임시로 잠을 잤다. 이런저런 꿈을 꿨는데, 마지막엔 내가 혼자 울면서 떡볶이를 해먹으려고 하고 있었고, ... 결국 먹지 못하고 엉엉 울며 깼다. 깨어나며 '난 항상 혼자였어. 너무 외로웠어.' 라는 생각을 했다.
새삼스러웠다. 내가 혼자였던 나를 인정하는 건 처음인 것 같았다.
요즘 엄마에게 보호받고 위로받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야 엄마는 항상 나를 보호해주고 있기는 했지만... 엄마에게 내 외로움을 말하고 안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어쩜 그럴 수가 있을까 싶었던 젊엇던 엄마의 나를 향해온 모진 말들, 이제 그 기세는 전부 누그러졌고 엄마는 나를 잘 상처입히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엄마 이불을 덮고 누워 있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계속 한 거 같다. 엄마에게 보호받고싶다고.
나는 이런 마음을 처음 느끼는걸까? 이건 자연스러운걸까? 너무 늦지는 않았나?
타인에게 의존하고싶은, 사랑이 부족하면 병들고 마는 인간의 본질을 굉장히 질책하며 살았지.
인정하는 게 맞는건지 그것마저 한 단계 뛰어넘으려는 야망을 갖는게 맞는 건진 모르겠다.
 
지수가 보고 싶어. 이제 내가 싫을까.
늘, 모두에게 그런 걱정을 하며 살았지..
 
상담 선생님이 학교 외의 상담 받을만한 곳을 찾아보셨다고 한다.
나는 기본적인 약속조차 지키지 못했는데, 너무 감사한 오늘의 연락.

 

 

 

3월 18일

 

 

 

 

 

 

 

 

 

 

 

 

 

 

 

벌써 3월 말이라니. 서울에 등산하러를 갈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요즘 상태도 괜찮고... 가기로 결정했다. 가서 친구들한테 사랑 많이 받고 오고싶다. 실수도 안 했으면 좋겠다.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는 건 힘들지만 이정도면 병자라고 할 수는 없는 수준이 아닐까. 내가 나아진 게 아니라 봄이 주는 일시적 에너지일까? 학교에 자퇴원서를 제출하러 가서 학교 분위기도 느끼고, 교수님이랑 얘기도 하고 나니 자퇴까지 할 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엄살을 부리고 있는 게 아니라면, 내가 아직 어리고 조금 더 늑장을 부리며 쉬어도 되는 나이라면 그냥 슬렁슬렁 일해 가며 마지막 학기 편하게 다니고 싶기도 하다. 흠... 교수님이 정말 물심양면으로 내 사정을 알아봐주셔서, 학교에 상처받고 학교에 치유받는구나 싶었다. 사람 하는 일이 다 그런 건데 역시 나는 학교에 복수하고 싶었던 것 같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 주고 억울함을 알아주길 바랐던 것 같다. 학생상담실에서 '대전청년마인드링크'라는 곳을 소개받아서 상담 신청도 해 놨다. 나말고도 꽤 많은 사람이 그곳을 찾아오는 중이었다. 그래 내 아픔은 나에게는 진정 특별하지만 사실 누구나 힘든 거지, 누구나 확신 갖지 못하고 누구나 흔들리며 사는 거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런 느낌을 공유하라고 선생님도 집단상담을 추천하신 게 아닐까 싶다.
학원에서의 하루는 한가하다. 일이 적어서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항상 상주하는 선생님이 계시고, 나는 잠깐만 다녀가니까. 내 자리가 없다는 게 아쉽고(이건 내 욕심이다. 명확한 나만의 것이 생기길 바라는) 그래도 교실 내에 비치는 햇살을 느끼며 내게 상냥한 아이들을 대하고 있자면 그저 다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인간은 사실 하나인데, 누구나 연약하고(소현언니 말로) 누구나 타인과의 합일을 바라곤 하는데. 왜 나는 내가 선 자리가 늘 위태롭게 느껴질까? 아무도 나를 방 안에 가두고 있지 않다. 아무도 나더러 돈을 벌라고 압박하고 있지 않다. 아무도 나더러 나이에 비해 미숙하고 이룬 것이 적다고 무시하지 않는다. 역시 이 지옥은 내가 지은 것이겠지.
그렇다 하더라도 그 모든 시선에서 자유로워져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는 잘 모르겠다.
지금처럼 글 쓰고, 시 필사하고, 나의 공간과 나만의 생활(힘들지 않은)을 갖고 싶다.
차근차근 해나가면 된다 싶다가도 에너지가 조금만 생기면 다시 삶을 완전히 정상화시켜야된다는 조급함에 무리하고를 반복하는 것 같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아주 잠깐만이라도 행복하면 그만인 걸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 행복하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고 이 정도면 바깥에서 저녁도 먹을 수 있겠고 일은 힘들지 않고 학교랑 학원 일은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니 어떻게든 해결될 것이고 동생은 내게 예의를 갖춰 대하기 시작했고 엄마는 살아 있고 그리고... 봄이다.
한 해는 아직 이제 막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3월 22일

 

 

 

 

 

 

 

 

 

 

 

 

 

 

 

안 좋은 습관을 조금만, 조금만 바꾸면 일상의 많은 것들이 개선될텐데.
그 사소한 변화가 이렇게 어려울까.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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