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철학의 관점에서 주거는 내면세계와 외부세계의 교두보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즉, 인간이 처한 주변세계(환경)는 불안한 곳이며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데, 외로운 사람이 삶의 세계에 착실히 적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거가 필요하다. 외부세계는 낯선 세계일 뿐만 아니라, 마음대로 지배할 수 없는 숙명적인 세계이고 위협적인 세계이다. 사람은 그의 내면세계에서 절대적이고 최종적인 피난처를 구하므로, 주거는 사람에게 낯선 곳이 아니며 숙명적인 위협의 세계도 아니고, 친숙하고 안정된 보금자리로서 삶의 근거지로 인식되어야 한다.

  주거는 삶의 구체적인 현상 중의 하나이고, 삶의 질서를 형성하고 나타내는 가장 단순하고 뚜렷한 상징이다. 주변세계와 인간은 서로 의존하는 관계이며 외부세계는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을 제한하기 때문에 내면세계와 외부세계의 단절된 대립은 삶을 불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주거는 이러한 내면세계와 외부세계의 대립을 극복하게 하는 삶의 교두보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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