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나를 보는 냉정한 시선으로 나역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평가하고 있구나 싶을 때가 있다. 네 글솜씨가 얼마나 조리있고 네 목소리가 아무리 신뢰롭던들 너는 네 삶까지 기만할 순 없을거야. 아무리 치밀한 거짓말도 자신까지 속이지는 못한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나 말고 다른 친구를 예뻐할 때의 배제되는 느낌. 사랑하는 사람의 괴로움이 그의 삶의 행복보다 언제나 더 크게 다가오는 나. 내가 더 잘하겠다고 약속하며 갈구하던 인정. 좋으면 그냥 좋은거지 잘하고말고가 어딨냐던 어느 날 친구의 말. A가 사랑받으면 나는 B가 되고, B가 사랑받으면 나는 어느새 C가 되어 쏟아지는 내것 될수 없는 사랑에 황망히 밀려나 서 있다. 사랑할듯한 기분이 들면 늘 괴로워지는 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 있는 건 맹목이 아닌 용기라던 어느 때의 나. 우리는 자유로워지기위해 살잖아. 나의 부침을 깨닫기 위해 반복해 읽던 책에서 이제는 엄마의 모습을 본다. 우리는 자유로워지기 위해 사랑하잖아. 나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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