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이 아프다. 나는 이제 정말 인생에서 마지막이 될 공부에 매진해야 하는데, 공부라는 고요한 동작은 미뤄 놓았던 아픔을 자각하게 한다. 초조함과 패배감 어린 마음으로 나는 왜 마음이 아프더니 이제는, 나는 왜 자꾸만, 생각해 본다. 어디서 보았다. 외로움이 담배보다 몇 배, 비만보다 몇 배 해롭다던데. 생애 초기 감정을 인식하는 첫 단추를 외로움으로 꿰어 버려서 나는 앞으로도, 늘 이래왔듯, 아니. 생각하기 싫다.
이것저것 해보았으나 체력은 더디게 는다. 새벽 다섯 시에 시작하는 기도회를 가보기로 했다. 그게 수단인가 싶겠지만 지금의 나는 무엇을 노력해야할지 모르겠는 상태다. 기상이야 눈 뜨고 있으면 그만이지만 일어나서 복작하니 움직이기 시작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오전내 하는 유치원 교육봉사까지 마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 까무룩 잠이 든다.
그리고 오늘 낮잠에서 깼을 때 문득 날 보고 웃는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날의 기억들이 내 인생에 오래 소중하게 남겠구나.
아이들이 무엇을 할 줄 알까, 아이들은 무용하다. 그러나 진정 우리가 삶에서 추구할 것의 본질은 쓸모없음으로부터 비롯된다. 섬김의 기쁨, 봉사의 환기성, 아름다움의 강렬함, 취향으로 지탱하는 삶의 사각. 개중에서도 가장 ‘쓸모 없는’ 아이들은 그렇기에 더욱 그 무용함에 사랑을 쏟는 일이 얼마나 우리 마음에 큰 환희를 불러주는지 일깨우게 한다. 그 텅 빈 영혼이 얼마나 우리를 맑게 비추는지 놀라게 한다.
등원 지도를 얼추 마치면 지각하는 아이들을 기다리며 유치원 창가에 앉아 있는다. 그러던 어느 날은 어릴 적 배운 동요가 자꾸 생각이 났다. ‘아이들이 잠시 없다면. 아이들이 잠시 없다면. 나나나나나나나 낮도 밤인 것을. 노랫소리 들리지 않는 것을.’
쓸모 없는 것을 위해 바칠 곡조 하나의 여유마저 없는 세상이라면 그곳은 정말 낮도 깜깜한 밤이겠구나. 아이들이 웃는 만큼 이 세상은 밝은 것이구나.
유치원에서 뛰어다니는 동안은 아프지가 않다. 몸에 고인 외로움이 별 약도 없이 씻겨 간다.

open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