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어떤 브랜드를 이용하세요? 저는 미니멀리즘 중 옷이 가장 어려워요.
저만의 스타일이 없어서 그런가봐요. 유니클로를 벗어나
질 좋은 브랜드에 정착하고 싶어요."
분야를 막론하고 미니멀리즘을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어요.
첫째는 단순화. 즉 종류를 downsizing하는 거죠. 많은 것들을 통일하는 거에요. 그리고 최소화. 크기를 줄이는 겁니다. 큰 집에 살았다면 크기가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고, 장지갑을 들고 다녔다면 작은 사이즈의 카드 지갑으로 대신하는 식으로 크기를 줄이는 거죠. 마지막 세 번째는 감량. 양을 줄이는 것. 음식의 경우에는 소식을 한다든지, 또 옷의 경우에는 가지고 있는 옷의 가짓수 자체를 확실하게 줄인다던지. 옷장 자체를 없앤다던지. 이 세 가지 중 사실 하나만 해도 미니멀리즘이 줄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유니폼으로 뮤명한 스티브잡스. 그는 전형적으로 단순화를 한 사람이죠. 의복의 다양한 variation을 포기하고 한 가지 복장만을 고수함으로써 여러 가지 선택의 딜레마로부터 자유로워진 것. 역시나 양을 줄일 수도 있죠. 양을 줄이면 종류를 다소 다양하게 가지고 있어도 선택하는 폭이 훨씬 줄어듭니다. 옷의 경우 사이즈를 줄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경량화된 제품만 입는 방법.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콤팩트한 아웃도어 용품만 입는다던지. 아니면 겨울에도 반팔을 입음으로써 여러가지 의복이 차지하는 공간 자체를 최소화한다던지. 두툼한 코트 대신 내복이나 이너로 겨울을 난다던지. 공간 자체를 적게 차지하는 선택을 하는 것도 미니마이징을 위한 일환이 될 수 있겠죠. 이 세 가지를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똑똑하게 적용을 하면 일상에서 경험하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훨씬 줄어듭니다. 그리고 질문자님이 고민하는 스타일과 자신에 대한 확신도 훨씬 쉽게 확립할 수 있을 거에요.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옷을 조금 더 전략적인 태도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옷은 보온, 보냉과 같은 기능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 가치관을 드러내는 도구이기도 해요. 그렇기에 내가 입는 옷, 내가 드러내는 차림, 다시 말해서 나의 내면을 반영하는 하나의 거울이죠. 나의 내면을 비추는 역할이 웃을 통해서 완벽하게 구현이 되었을 때 자신만의 스타일은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각자 스스로가 표현하고 싶은 자신의 내적 가치가 있어요. 그 표현에 해당하는 자신을 가장 잘 묘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형용사를 먼저 떠올려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적인, 자유로운, 몽환적인, 전문적인, 예술적인, 놀기 좋아하는, 밝은 어두운, 귀여운, 차분한, 거리감 있는, 친근감 있는, 여성적인, 중성적인, 마초적인, 심플한, 아방가르드한, 실험적인. 여러 가지 형용사가 머릿속에 떠오르죠.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나에 대한 기본적인 부분을 미리 귀뜸해 줄 수 있는 좋은 장치가 곧 의복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가장 잘 묘사할 수 있는 스스로에 대한 묘사를 떠올려 보세요. 저의 경우 침착한, 안정적인, 과묵한, 과하지 않은 여성성, 프로페셔널함과 같은 단어들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제가 드러내고 싶은 나의 자질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알아봐줬으면 하는 나의 가치관이기도 하죠. 그렇게 자신과 결부지어서 생각할 수 있는 형용사들을 옷에도 고대로 입히는 거에요. 그래서 복장에도 이러한 나의 기질적 특성이 잘 드러나게끔 선택을 하는 겁니다. 그 결과 저는 많은 종류의 옷을 열외해요. 운동화, 반팔 면티, 후드, 맨투맨과 같은 캐쥬얼한 복장은 즐기지 않습니다. 면재질을 입지 않는 이유는 소재에 따라서도 그 인상이 많이 달라져요. 면보다는 쉬폰, 린넨, 모직, 가죽과 같은 재질이 조금 더 어른스러운 인상을 주거든요. 자기 자신이 드러내고 싶은 자질을 의복화하면 입는 옷들에도 어느 정도 일관성이 생겨요. 그 일관성이 곧 나만의 개성, 나만의 스타일이 되는 거죠. 그래서 청바지, 단화, 와이셔츠, 슬랙스, 블레이저, 코트가 저의 기본 복장입니다. 여름에는 슬랙스에 반팔, 와이셔츠에 청바지, 겨울에는 모직 정장에 니트. 조금 더 추워지면 자켓이나 코트를 걸치죠. 의복을 하나의 메세지 수단으로 보고 나는 옷을 통해 어떤 내적 자질들을 세상을 향해 전달하고 싶은가를 한 번 생각해 보는 거에요.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하는 데 그것보다 더 도움이 되는 접근은 없어요.
옷은 생각보다 사람의 인상을 좌우하는 데 큰 역할을 해요. 다양하게 옷을 소지하고 있기보다 자신의 내면을 닮은 옷장을 가지게 되면 적은 가짓수로도 훨씬 더 개성적인 나만의 스타일을 확립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적게 소유할수록 더 개성 강한 패션, 스타일을 만들기가 쉬운 것 같아요. 눈에 예뻐보이는 옷이 아닌 입었을 때 가장 나다운 옷이 내게 최적화된 옷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옷을 입어야 스스로도 자신감이 생기고 타인 역시 잘 어울린다고 판단을 하죠. 자세와 언행에도 많은 영향을 줘요, 복장은. 반듯하고 차분한 옷차림을 하면 말도 조심하게 되고 자세도 신경쓰게 되고. 구두를 신고 주름 하나 없는 정장 차림을 하고 정신사납게 다리를 덜덜 떤다던지. 구부정하게 서 있는다던지. 거칠게 말을 하는 행동을 보이면 전혀 옷과 합이 맞지가 않죠.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복장을 하면 그 걸음걸이에도 자유로운 그 사람의 성격이 묻어나요. 귀엽고 밝은 분위기로 차려입은 사람은 말과 행동에도 그 발랄함이라던지 낙천성, 젊음, youthful한 성질들이 고스란히 드러나오고요. 옷은 내가 가진 단점을 커버해주기도하고,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확대하는 능력도 있죠. 그래서 한 번 생각해 보는 거ㅔ요. 나는 옷을 통해서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은가? 내가 강조하고 싶은 나의 가치와 자질은 무엇인가? 옷은 이것에 확실히 협조하고 있는가? 복장과 내 자신은 일치하는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고 이에 정착하는 데 고전하고 있다면 옷을 선택하기 전에 먼저 나를 표현할 수 잇는 형용사부터 나열해보는 거에요. 그리고 그 표현에 어울리는복장을 그림그려보는거죠. 잡지나 인터넷 매거진을 참고해도 좋고, 주변 사람들. 또 좋은 영감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스타일에 어느정도 확신이 생기면 월화수목금토일 7일분으로 딱 제한을 하는 거에요. 자기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알맞은 양을 알고 또 그 양에 맞게 소비를 제한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해요. 저는 사계절 모두 통틀어서 아우터 이너 포함해서 서른 벌 정도 옷을 가지고 있는데, 상의 네 벌, 하의 두 벌이면 계절별로 매일 다른 옷을 입어도 일주일 내내 다른 옷을 입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한 양이 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제복화인데. 의복에서 추구할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전략이 제복화가 아닐까 싶어요. 매일 같은 옷차림을 계절에 상관 없이 늘 고수하는 거죠. 날이 추워지면, 같은 차림의 아우터를 걸치는 정도. 가 되겠죠? 굳이 제복화를 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제복화를 해야 할 만한 명백한 명분이 없기 때문이에요. 아무래도 한 가지 차림으로는 그 옷이 기능할 수 있는 다양함이 좀 제한되는 것 같아요. 정말 궁극의 옷차림을 선택해야 되죠. 어떤 상황과 때와 장소에도 어울려야 하고, 질리지 않고, 100퍼센트 자기 취향에 맞아야 하고. 그런 상황과 장소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다용도 다기능 복장을 찾아야 하는데, 그 과정 자체가 좀 불필요한 시간 에너지 낭비라고 느껴졌고, 그 모든 조건을 아우르는 옷을 찾지 못했어요 저는. 예를 들어서 친구들을 만날 때는 주로 청바지에 스니커즈 차림을 하고, 또 공적인 미팅이나 사무적인 자리에는 슬랙스 로퍼를 신고 가는데. 그 어떤 복장을 하느냐에 따라서 내가 먹게 될 마음가짐, 취하게 될 자세, 임하게 될 태도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처요. 늘 한가지 복장으로만 다니면 그때마다 달리 먹어야 할 마음, 달리 가져야 할 태도에도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기타 등등의 이유로 저는 유니폼을 입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니폼을 입는다. 그러한 선택를 한 사람들은 충분히 나름대로 심사숙고했던 과정이 있었을 것이고 선택이 자신의 가치에 잘 맞는다면 무엇보다도 존중하고 싶습니다. 정리하자면, 의복을 또 하나의 메세지로 보는 것. 그리고 그 옷이라는 전달 수단을 통해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나의 가치는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 보는 것. 이게 첫 번째 포인트인것 같아요.
두 번째는, 내가 스트레스 없이 감당할 수 있는 옷의 가짓수는 어느 정도인가. 그리고 일주일 내내 7일 동안 다른 복장을 하 수 있을 만틈 옷을 가지고 있다면, 그 이상의 충분함은 내가 과연 추구했을 때 그것이 가치있는 선택인지를 한 번 또 생각해 보는 것. 맥시멈 7일분이면 저는 옷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개성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사람마다 충분함의 기준과 정도가 다르니. 자신의 선호도에 맞게 그걸 조절하는 현명함도 필요하겠죠? 세 번째는 유니폼에 대한 제고. 매일 다른 옷을 입어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면, 충분히 제복화를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사실. 다른 옷을 입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저처럼 있다면, 다른 복장을 하는 것이 선택이겠지만. 아무런 가치도 의미도 느끼지 못한다면, 한번 제복화를 시도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아는 세계적인 인삳르은 옷의 다양성이 아닌 제복을 선택을 해요. 대표적으로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오바마 대통령, 마크 주커버그, 앙드레 김, 칼 라거펠트. 다양한 전문 분야에 종사한 많은 분들이 제복을 입었죠. 이뿐만 아니라 직업인들도 제복을 입습니다. 옷이 곧 정체성이기도 하기 때문에 같은 이유로 의상은 하얀 가운을 입고. 군인은 군복, 스님은 회색 승복. 경찰관은 경찰 재복. 또 캐릭터가 확고한 만화 속 등장 인물들을 생각해 보면 그들 역시 달리 옷을 이것저것 입고 등장하지 않죠. 포켓몬스터 지우는 항상 빨간 모자에 자켓에 장갑. 머리 스타일도 항상 똑같고.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도 항상 노란 바지에 빨간 티셔츠. 노란 모자에 모란 신발. 우리가 기억하는 많은 만화 속 태릭터들은 늘 한결같은 복장이에요. 그 편이 훨씬 더 개성적이라는 거죠. 너무도 선명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인상이 깊게 남습니다. 그래서 나를 드러내고 싶다면, 오히려 한결같은 복장을 하는 것만큼 확실하고 강렬한 개성도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무리하면서, 질문자님께서 브랜드에 관한 갈등을 얘기해셨는데.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가치관. 그리고 용도에 맞는 옷을 선택하는 거에요. 그렇게 떄문에 브랜드에 너무 구애받지 마시고 한 가지 브랜드에서 모든 소비를 끝장을 내야 한다. 라는 건 조금 많은 선택을 제한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다양한 브랜드, 다양한 선택지를 폭넓게 활용하시면서 그 가운데 가장 나에게 적합한 옷을 찾는 것에 더 중점을 두셨으면 좋겠어요. 의복에 미니멀리즘. 전부터 이야기하고싶었던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자신의 스타일을 찾는 데에 고전하고 계씬 많은 분들은 다시 한 번 스스로의 내적 가치에 대해서 좀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스타일을 찾는 첫 번째 순서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