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개가 어떤 날 어떤 사람을 물었다'라는 평서문에서 끝나는 게 처리해야 하는 사고이고, '그는 도대체 왜 개를 물어야 했을까?'라는 의문문으로부터 비로소 시작되는 게 해석해야 하는 사건이다.
... 이것은 소설론이기도 하다. 나쁜 소설들은 서로 닮아 있다. 떠들썩한 사고가 일어난다. 좌충우돌의 에피소드가 꼬리를 물고 나열된다. 어떤 영웅적인 인물이 이 모든 것을 처리하고 상황을 원래의 질서로 되돌린다. 이런 식이다. 한편 좋은 소설에서 인물들은 대개 비슷한 일을 겪는다. 문득 사건이 발생한다. 평범한 사람이 그 사건의 의미를 해석하느라 고뇌한다. 마침내 치명적인 진실을 손에 쥐고는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자신이 더 이상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런 식이다. 이 지점에서 단편소설과 장편소설이 갈라진다. 단편은 대개 그 깨달음의 순간에서 멈추지만(그것만으로도 훌륭하다), 장편에서는 되돌릴 수 없는 진실에 자신의 삶을 합치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실존적 단절이 시도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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