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는 것이 나에게 마냥 해가 되는 일은 아니다.

오늘, 나는 또 새로운 하루를 살아야 하겠지만, 어제자 일기에 이렇게 써 놓았네. 내일은 추워도 울고 싶어도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하루를 기대하며 일어나기.

이게 무슨 말이었냐면, 나도 잘 설명이 안 되는데...

겨울 아침의 추위와 제때 해소할 여력이 안 되는 배고픔과 혹은 늘상 있는 근육통과 나의 지긋지긋하지만 익숙한 고독과, 그런 것들이 하루를 조금 아프게 '꾸밀' 수는 있어도 그저 자신의 '흐르는 일'에 충실한 '하루'는 그 자체로 나에게 재난이나 빚쟁이, 혹은 예견된 운명은 아니라는 거다.

나는 하루를 시작하는 일이 재앙을 불러오는 줄 알고, 하루를 피하면 그 삶의 부침들도 나를 비껴갈 줄 알고 늘 침대 위에서 울며 시간이 내게 어떤 짓도 하지 말고 지나가길 떨며 기다렸던거지.

그러나 그것은 가장 고독하여 이질적인 방법이었음을.

 

엄마 친구분께서 만드시는 구절초 조청이 생리통에 좋다는 말에, 엄마는 냉큼 네 통을 사셨다고 한다. 한 통에 십만원이 넘는데, 늘 걱정하는 나의 생리통 때문에. 인서도 늘 나를 반가워하고 잘해 주려 한다.

나의 겨울이 다시 겨울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open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