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날은 원래 다 이런가요? 난 앞으로도 이렇게 어른이 되지 못하고 부모님이 하는 말씀 말씀마다 상처받으면서 살게 될까요 대화할때마다 토할것처럼 울면서 

한마디도 못 한 주제에 돌아가실 때는 가장 큰 후회로 울게 될까요 뻔하죠 지긋지긋하다 왜 사랑받고 싶어할까요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아이였는데

난 오로지 부모님께 사랑받기 위해 살아왔는데 난 엄마랑 하는 짧은 대화 속에서도 아 엄마 진짜 좋다 하고 생각하는데 엄마는 왜 나 안 사랑해요

나 공부했어요 열심히 했어요 한번 응원해준적도 없잖아요 점심저녁 급하게 먹고 들어와서 공부하느라고 살도 빠졌어요 탈모도 생기고 매일 가위눌리고 생리도 끊겼잖아요

이런 얘기하면 화만 냈잖아요 몸무게라도 재볼라치면 니가 지금 그런델 왜 신경쓰나면서 화냈잖아요 가위눌렸다고 말하면 마음에 무슨 죄가 있어서 자꾸 그러냐고 화냈잖아요

난 그런 말을 듣고도 한마디도 안했어요 꾹 참고 혼자 울었어요 참는건 능사가 아니라 유일한 선택지니까

왜 공부 안 했냐고 하는거에요 가장 속상한건 난데. 열심히 공부했는데 왜 공부하지 않았냐고 물으면 난 뭐라고 해야 해요 그냥 죄인이니까 입다물고 있어야 하나요

왜 난 수능날까지 이런 말을 들어야 하나요 손이 차서 펜이 안 잡히고 덜덜 떨려서 어깨를 붙들고 그렇게 시험을 보고 왔는데

울고싶어도 그럴줄 알았다는 식으로 말할까 봐 수고했다는 말좀 듣고 싶어서... 고생많았다고 이제 재밌게 놀으라는 말이 진짜 듣고 싶어서....

별 지랄하는 꼴 다 보겠네. 울다가 꺽꺽대니까 저러시길래 코를 막고 입을 막고 몸만 들썩이면서 지금까지 울었는데

엄마 나는 이렇게 엄마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숨도 못 쉴 만큼 엄마를 소중히 생각하는데 엄만 아직도 나 안 사랑하죠

공부를 못해서

 

  엄마 저 왕따당했던거 기억 못하죠 아빠도 기억 못하시더라구요 내가 평균 96맞고 온 날 했던 말 기억안나죠 엄마 나 안 사랑하죠

내가 말하고 있어도 모르죠 나 안보이죠 나 사람같이 안보이죠 돈먹는 기계같아 보이죠

아무것도 안 보일거야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보고싶은것만 보니까

그래서 나는 아마 잘 안 보일거에요 흐릿할거에요 내가 이대로 죽어도 후련해하실것 같아요 엄마 맞죠 쪽팔리는 대학 가는 꼴 친척들에게 보이는거보단 나으니까

엄마 내가 엄마의 힘든 삶에 낙이 되어 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그때 엄마 뱃속에 생겨서 미안해요 왕따당하고도 살아서 미안해요

난 내가 죽지 못한다는 걸 잘 알아요 나한텐 그럴만한 용기가 없으니까

그런데 부모님은 날 싫어해요 난 부모님 말씀에 꿈을 내려놓고 감정을 죽이고 의사소통을 하겠단 희망을 접었는데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게 하시는 말씀에서 막 느껴져요

이대로 살면 이집에서 살면 나는 행복할수 없는데 내가 죽지도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럼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작문선생님이 행복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거라고 하셨는데 내 마음 어느 곳에 행복이 뿌리를 내려서 자라면 좋을까요 지금 행복하신 분들은 어떻게 행복하신 거에요?

왜 난 행복하지가 않아요

 

  아빠는 여교사를 좋아하셔 그래서 교원대에 간다는 걸 조건으로 재수를 하게 될 것 같아요

한번 더 필사적으로 공부했는데 수능날 또 모든걸 망쳐 버리면 어떡해 재수함으로써 일년간 더 길러지게 될 나는 그땐 어떡해

눈치 보여서 놀지도 못할 나는 내가 불쌍해서 어떡해 끝나면 조금이라도 후련하거나 행복할 줄 알았는데 2012년 11월 8일 수능 이날이 최악이네

그래도 나는 계속 살고 싶다 이건 진짜 지독한 욕심이다




12년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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