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열일곱의 나는 컨베이어 위에서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노트에 옮기고 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고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을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고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고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라, 고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도 같았다, 고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고 그런데도 어머니는 모든 것을 잘 참았다, 고.

 

최홍이 선생이 소설을 써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 대신 시를 써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으면 나는 시인을 꿈꾸었을 것이다. 그랬었다. 나는 꿈이 필요했었다. 내가 학교에 가기 위해서, 큰오빠의 가발을 담담하게 빗질하기 위해서, 공장 굴뚝의 연기를 참아낼 수 있기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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