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문제로 반려되어 백업)

 

  어머니에게서 정서적으로 독립할 수 없습니다.(다른 많은 지인들의 진술도 그렇습니다.) 인생이 적당히 편하고 적당히 여유로웠다면 그런 스스로의 자아를 효녀라고 위안하며 살 수 있었겠으나, 교사가 되기 위한 힘든 시험을 준비하는 지금 느끼는 끔찍한 외로움과 우울은 어쩌면 '내 안에 존재하지 않는 나' 에서 오는 것일지 모른다 느끼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외재적 가치와 내재적 가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결국엔 현실에 타협하며 살아간다고, 나의 꿈과 어머니의 꿈을 분리하지 않을 경우 언젠가 엄마를 원망하게 될 위험은 있겠지만 평생을 그렇게 살아와서 잘 되지 않으니 어쩌겠냐고, 안일하게 생각해온 것이 수험 생활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만나 각종 부작용으로 드러나고 있는 듯 합니다.
  상담이 이루어질 경우 아마 어머니에게 다소 '집착한다' 보일 수 있는 스스로의 가치관과 기타 등등의 허물에 대해 끊임없이 변명을 시도할 것입니다. 저 스스로는 남들을 배려하는 데에서 기쁨을 느낀다고, 그냥 원래 외로움을 많이 타도록 태어난 거라고 여겨온 성격이 실은 '남들의 인정과 칭찬에 너무나 의존하는', 그래서 '언제나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는' 강박 을 가진 것을 좋은 말로 포장한 것일 뿐임을 차차 깨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식적인 성향을 내려놓고 진실된 대화를 나누어야 빠른 호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데, 누구에게라도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자기연민의 굴레 안에서 끊임없이 스스로의 과거와 상처를 극화하고, 힘들었겠구나 이해받는 데에서 위안을 느끼는 안 좋은 습관 때문에 상담사 선생님과 저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때문에 서면으로 먼저 예상되는 제 변명 거리를 드러내겠습니다.

  첫째, 학창 시절 학교 폭력을 당해서 감수성이 가장 예민했을 시기에 사회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사람과 대화다운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대학교 2학년 말 정도 부터입니다.
  둘째, 이를 스스로 개선해 보고자 한창 노력하던 타이밍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셋째, 그 이후 모든 미래 계획과 가치관이 남은 어머니에게로 맞춰졌습니다.

  이 외에도 예상되는 저 스스로에 대한 변명 거리는 수도 없이 많으나, 상담 시 이러한 자기방어와 자기연민을 최대한 걷어 내는 동시에 지나친 자기비하에 빠지지 않고 본질을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교육학을 공부하고 있기에 교육상담에 대한 것을 어느 정도 안다 자부했으나, 나의 삶에는 역시 철저히 객관적일 수 없는 모양입니다. 이번 년도 임용고시에 낙방할 경우 저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져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거라는 비합리적 신념이 도무지 수정되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은 임용이고 뭐고 뭐라도 하면서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저를 외로움과 우울의 늪에서 구해 주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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