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이 아침을 먹이고 등교하는 것을 도우며 집안일좀 하라고 농을 걸었다.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어린애는 나를 닮아 말만 잘 하지 실제로 뭐라도 시키려면 구시렁구시렁, 하는 일도 별로 없다. 야자 끝내고 돌아와서 마당도 쓸고 쓰레기도 버리고 엄마 발도 주물러드릴테니 아침만 좀 누나한테 맡긴다길래, 엄마 누가 자기 몸에 손 대는 거 싫어해 , 했다. 그랬더니,


- 그게 아니라. 엄마는 받는 게 익숙하지 않은 거야.



너는 언제 이렇게 자랐니. 누나 때문에 아빠가 죽은거라고 울며 목을 조르던 너는 변하겠다 말도 없이 어느새 이렇게 훌쩍 자라 버렸니. 누구도 책임져주지 못하는 네 불안과 혼란을 너는 어떻게 끌어안았니. 어떻게 그것들과 함께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니.

세상에 사랑할 사람도 사랑받을 사람도 없어 그애의 누나라는 것 하나만이 나를 설명해주던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영영 나의 타자인 줄만 알았던 아이는 무관심 속에서도 홀로 자라고. 한 주체가 되어 제 몫의 사랑을 요구할 줄 알고.

이제는 사랑을 할 줄도 알게 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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