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꽃이 너무 좋아서 따로 돈을 들여서라도 가끔 꽃을 사오는데
엄마는 지천에 널린 게 꽃인데 꽃을 돈주고 사오냐며 항상 싫어하신다
그래서 엄마 보고 좋아하라고 사와도 늘 내방에 놓게 되는데
이번에 사온 꽃은 유난히 더 예뻐서
엄마 잔소리 듣길 잘했다 싶다.

라넌큘러스는 작약이랑 비슷하다. 사실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둘다 엄청 예쁘다는 것만 알겠다.
라넌큘러스는 2000원, 분홍 카네이션은 천원.
꽃이 예뻐서.. 어디서 어떻게 찍어도 이쁘다.
뒷모습을 찍어도 이쁘다.
향기는 둘다 없다.
수돗물을 먹을 만큼 하잘없는 꽃이 아니라서 약숫물을 떠다줬다.
꽃 너무 좋아!!!

이 꽃을 사온 꽃집 아주머니가 오늘은 싸게 줄 꽃이 없어 미안하다고 하셨다.
그 꽃집에서 우리집까지는 아주 가까운데도
그 짧은 거리 가는 동안 꽃이 상해선 안된다며 꽃 한송이라도 예쁘게 싸 주신다.
정말정말 꽃을 사랑하는 아주머니를 보며
꽃 좋아하는 우리 엄마도 나중에 꽃을 항상 만지게 하며 살도록 해드려야겠다 싶었다.
돈 많이 벌어서 꽃 다듬는 문화센터? 같은 곳 가게 해드려도 좋겠고
첫월급은 돈다발로 만들어서 다 드려도 좋겠고


나도 이렇게 고운 말씨를 쓰는 여자로 늙을 수 있기를
이 나이 먹어서 꽃 타령은 주책이라고 말하지않고
아주 당연하게 주름 곱게 접으며 나를 위해 꽃을 사다달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랑받는 여자로 평생을 늙을 수 있기를
내가 이 사진을 좋아하는 건 그런 한평생을 살아 오신 할머니에 대한 존경과
사진으로도 느껴지는 몸에 배인 사랑스러움
그리고 할머니가 되어서도 여자는 꽃을 좋아하는 존재이건만
한번도 나에게 꽃을 사준 적 없는 그 아이에 대한 원망이
섞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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